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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찍그림..그리고 글임

[감성포토 #7]해선 안되는 기다림

by 육아육아 2012. 7. 29.

 

"커피 한잔 하고 있을게."

"시간이 아깝지 않다면 그러던지"

 

L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단호했고 냉정했다. 나 또한 못지 않게 고집을 부렸다.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와야만하고 반드시 올 것이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 고집을 L은 무참히 짓이겼고 팽개쳤다.

늦은 퇴근 후 네시간을 기다렸으므로 대중교통은 오늘의 스케줄을 마감했다. 싼값에 집에 가긴 글렀다.

공원 관계자가 와서 금연 구역이라는 표시를 못 봤냐며 짜증내듯 투덜거렸다.

'내가 기다린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고...'

오랜 기다림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듣는 타인의 타박은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퉁명스레 못 봤습니다 죄송합니다로 상황을 마감하려 했다.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내게 과실이 있는 경우 일단은 허공에 뱉는 사과의 말로 피하는게 상책이다

이단은 표정관리까지 완벽히 해내며 진심을 깃들였습니다라고 피력하는 것인데

나는 지금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그때 L에게 문자가 왔다.

 

"왜 아직 안 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를 틈도 없이 갑자기 앞가슴에서 등쪽으로 진행하는 냉기를 느꼈다.

동시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어둡긴 했지만 가로등이 일정 거리를 밝혀 주고 있어 누군가가 주위에 있다면

그 실루엣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터였다. 하지만 말 그대로 흔적조차 없었다.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듯 주위엔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공원 관계자마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문자를 보냈다.

 

"나 보고 있어? 어디야?"

 

답장은 2분 후에 왔다.

"거기 계속 있을거야?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갈거야.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거야"

당황스러웠다. 어디서 나를 보고 있는건 확실한 것 같은데 사람들이 온다니, 이건 무슨 말인가

마치 꿈 속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큰 위험을 언질하듯이 가까운 미래에 대한 예언적 발언을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무언가에 홀린듯 L에게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다시 문자를 보냈다.

 

"장난치지 말고, 어디야 지금? 전화는 안받고 날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사람들 얘긴..."

 

문자를 쓰고 있는 도중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세 명의 건장한 남자와 공원 관계자가 서 있었다.

'L...너 누구야...어떻게 안거야?'

 

정신을 차린건 코가 간지러워 긁으려는데 손이 묶여 있는걸 안 후였다.

발까지 묶여 있다는걸 깨달았을땐 정신이 쨍하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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