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9 # 아빠의 변화 매일 너와 말을 하고는 있지만 근거가 남지 않는지라 이곳을 종이 삼아 글을 남긴다. 똑같은 하루가 있겠냐만 그렇게 다른 하루도 수시로 겪지는 않는다. 아빠는 1년 8개월만에 큰 변화를 맞이하였다. 잘 다니던, 그리고 앞으로도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직장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해 급하게 나오게 되었다.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라 주변은 물론 마음도 준비도 하기 힘들었다. 일주일이 다돼가는 지금까지 나름 추스리고는 있지만 아직도 낯설기만하다. 그 사이 너의 정밀초음파를 진행하였고 건강히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야 하는데 나의 부족함 때문인지 가장으로서의 책무 때문인지 마음이 편치는 않구나. 이제 곧 이사도 해야하고 새로 받은 대출금을 갚아나가야 할텐데 걱정이 조금씩 앞선다. 10여 년.. 2015. 2. 12. #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 이번 주도 역시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주였단다. 처음으로 네 이모들 및 지인과 스키장으로 스노보드를 타러 갔단다. 아빠는 몇 년동안 보드를 타서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지만 네 이모들은 모두 처음이라 아빠가 강사가 되어 타는 법을 가르쳐줬단다. 스노보드는 일정 수준에 오르면 매우 재미있는 스포츠란다. 하지만 그 일정 수준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고통과 시간을 요한다. 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로 눈과의 마찰력을 이용하여 타는 것이기 때문에 고도의 균형 감각을 필요로 한단다. 물론 일정 수준에 오르면 편안한게 바람을 가르며 속력을 느끼며 즐길 수 있다. 네 이모들을 가르치면서 4~5년 뒤에 너에게 스노보드를 가르치는 상상을 해보았다. 너는 아빠를 닮아 운동 신경이 매우 좋을 것 같구나. 구기 종목을 고루 잘하.. 2015. 2. 2. # 터전에 대하여 점점 일기가 아닌 주기(週記)가 되어가는구나. 머리로는 이미 일년 치 일기를 모두 쓴 것 같은데 역시 몸이 따르지 않으니 결과는 정반대구나. 핑계는 대지 않겠다. 모두 나의 의지의 문제이기에 반성할 뿐이다. 이제 이사에 대한 대소사들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이삿날이 아주 길한 날이라고 하여 이삿짐센터를 아직 확정하지 못하였지만 조만간 잘 결정되리라 생각한다.(포장이사를 300만원 부르는 곳도 있었단다.) 하늘이 무너질만한 일도 아니기에 솟아날 구멍은 어디에든 있다고 본다. 오늘은 네 엄마와 동네 카페에서 인테리어에 대한 얘기를 오랫동안 나누었다. 조명이며 액자며, 각종 가구들의 배치까지 거의 결정을 하였다. 물론 직접 가게 되면 지금의 생각과 달라질 것들이 있기 마련이므로 어떻게 보면 '재미삼아' 하는.. 2015. 1. 25. # 몇 가지 결정들 이번 주는 글이 뜸했다. 여러 가지 결정을 하기 위해 네 엄마와 많은 일을 하였다. 삶이란 언제나 결정의 연속이지만 긴 계획을 결정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장고(長考)가 필요하다. 일상의 범주를 벗어나 큰 결정을 하는 것엔 시간과 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먼저 이사갈 집을 계약하였다. 네가 태어나 살 첫번째 집이자 우리가 결혼 후 하는 첫번째 이사다. 원래 계약을 하려고 했던 곳이 다른 사람에게 먼저 계약이 되는 바람에 그곳보다 더 깨끗한 집을 구하게 되었다.(개인적으론 너의 계시라고 생각한다.) 이런걸 보면 사람이든 사물이든 인연이란 것이 있는가보다. 주중에 네 엄마가 먼저 보고 마음에 들어하여 계약금을 걸었고 오늘에서야 나도 함께 가보았다. 그리고 네가 태어나자마 2주일 간 지낼 산후조리원을.. 2015. 1. 18. # 나의 아들아 니가 아들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자랑스레 쩍벌남의 위용을 보여주었구나. 가족 중에 외할아버지와 네 엄마가 제일 좋아한다. 왜 그런지는 네가 훗날 커서 물어본다면 말해주마. (별 것 아니긴 하다만 ^^;) 양수도 충분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즐겁고 그렇구나. 다만 네 성장 외형이 평균상 100명 중 60등이라는 것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기(大器)는 만성(慢成)이랬다. 자그마한 것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아빠가 되겠다. 많은 부분을 우리에게서 이어 받았겠지만 더 많은 부분을 태어나면 채워주겠다. 요즘은 이사 관계로 정신이 없다.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게 너무 많구나.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조금씩 속도를 높여야 해서 1~2월은 아주 바쁜 나날들이.. 2015. 1. 11. # 자랑스런 너의 아빠가 될 2015년 드디어 새해가 밝았다. 너를 보게 될 날이 반 년 앞으로 다가왔다. 아마 올해 말일에는 너와 함께 케잌을 자르는 사진을 포스팅 할 것 같구나. 살면서 누군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런 명제를 언급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너로 인해 그런 마음을 가져보려 한다. 내가 보아온 세상을 너에겐 따듯하게 전해보고자 한다. 삶이란 것이 고통의 연속이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기에 너에겐 그 가치를 제대로 알게하고 싶다. 나 또한 너로 인해 성장해나갈 것이다. 한 여자의 나자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너의 아빠로서 자랑스런 한 사람이 되어보고자 한다. 다만, 장담하진 않는다. 그럴 수 있도록 최대한 힘써볼 뿐. 을미년, 청양띠의 해라고 한다. 나의 아.. 2015. 1. 1. # 만화방 네 엄마와 오랜만에 만화방에 갔다. 지난 추석 방문 이후 약 두 달이 넘은지라 신작을 기대하며 홍대로 향하였다. 만화라는 매체가 주는 경험은 독특하고도 신비롭다. 한 장 한 장 너머의 이야기들은 소설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이미지가 있고 영화처럼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런 것처럼 상상하게끔 만드는 매력적인 매체이다. 요즘은 웹툰의 발달로 인해 인기 웹툰이 영화로도, TV드라마로도, 연극으로도 만들어진다.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들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수를 따질 수 없을만큼 많은 작품들이 이종교배를 한다. 매체의 특성을 떠나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다는 것, 보편성을 얻는다는 것은 상상력의 영역으로 가기 전에 먼저 인간에 대한, 관계에 대한, 사회에 대한 이해와 탐구가 필요하다. 다수가 공감한다는 .. 2014. 12. 20. # 엄마의 급습 2014년 11월 20일 목요일 맑음 오늘은 네 엄마가 회사 근처로 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이곳엔 내가 좋아하는 버섯샤브칼국수를 맛있게 하는 가게가 있다. (그 중에 맨 마지막에 먹는 야채볶음밥이 기가 막힌다.) 어느덧 모기가 사라짐과 동시에 네 엄마의 입덧도 거의 사라졌다. 식욕이 돌아왔는지 식탐을 부리기도 한다. (녹차칼국수 리필을 외치려는 네 엄마를 만류하였다.) 배도 슬슬 둥그래지는 느낌인듯 느낌아닌 느낌같은 모양이 보인다. 외출을 해서 낮잠을 못 자서인지 네 엄마는 12시가 되기 전에 꿈나라로 떠났다. 아양이도 함께 꿈나라에서 행복하게 뛰어놀려무나. 네 엄마가 청국장에 무얼 넣었는지 방귀가 1분마다 오토매틱으로 분사된다. 빨리 자야겠다. 샤브샤브 사진을 안 찍어서 좋아하는 라멘 사진 대체 투척 2014. 11. 21.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 시작 2014년 11월 19일 수요일 맑음 너를 알게 된지 한 달이 지나서야 이 글을 쓴다. 앞으로의 글들은 너에 대한 이야기이자 너를 품은 엄마와 가장으로서의 일기이기도 하다. 내가 그랬듯이 네가 이 글들에 공감하는 날은 아마도 결혼을 결심 했거나 아이를 가졌을 때일 것이리라 생각한다. 먼저 너를 처음 알게 된 약 한달 전의 얘기부터 써야할 것 같구나. 너의 존재는 10월 10일 금요일에 알게 되었다. 엄마가 된 여자의 촉은 무서웠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이틀 전에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말이다. 운명은 불현듯 찾아온다는 말이 헛말은 아닌 것 같다. 그 다음 주 월요일에 엄마는 정밀검사를 받으러 갔다. 너의 존재가 사실임을 확인하고 나는 매우 기뻤다. 아버지라는 이름을 달게 해 주고 가장으로 만들어.. 2014. 11.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