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삼청동을 걸었습니다.
보통 비오는 날 여자 혼자 분위기 잡으며 걸어가면 청승맞다고들 하는데
그건 뭐..남자도 똑같더군요. ㅋ
데이트의 거리에 남자 혼자 카메라 가방 메고 청승맞게 카페에 앉아 ㅎㅎ
카페 로쏘는 그런 청승맞은 총각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곳이었습니다.
가본 분들은 아시다시피 삼청동 메인 길가에 카페나 음식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당연히 사람도 많구요.
유명한 콩다방, 별다방 등엔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더군요.
금요일 오후인데도 말이죠.
당연히 저는 골목을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관광지도 그렇듯 메인거리를 벗어나야 그 나라, 그 지방 사람들이 사는 분위기를 알 수 있잖아요.
무작정 걸었습니다. 이 골목, 저 골목.
역시 골목길엔 사람들이 뜸하더군요.
약 한시간을 배회하던 끝에 카페 로쏘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카페 외벽에서 불이 난 것처럼 연기가 피어나오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침 커피를 볶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연기는 당연히 밖으로 빼내는 것이었구요.
깜짝 놀랐다고 주인장께 말을 하니 말없이 빙그레 웃으시더군요. ㅎㅎ
카메라가 가방 속에 있어서 꺼낼 틈 없이 연기가 사라지는 바람에 사진을 못 찍었는데
정말 아쉽더라구요. 그 광경은 뭐랄까...마치 커피 공장에 온 느낌? ^^
왼쪽 남자분이 사장님이시고 오른쪽 주방에 계신 분이 사모님입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더군요.
고풍스럽고 중후한 분위기가 느껴지시나요?
오른쪽 테이블이 제가 앉은 자린데 의자 뒤 사각형이 대형 스피커입니다.
우산을 스피커 옆에 두었더니 사모님께서 비싼 스피커라고 우산을 다른데 꽂아두겠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조금 기분이 안좋긴 했지만 뭐...비싸다고 하고 왠지 아끼시는 거라고 생각하니 ㅎㅎ
비도 오고 카페 안이 시원해서 오늘은 왠지 아이스가 아닌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더군요.
제가 주문한건 온두라스 커피입니다.
쿠키 한조각이 설탕과 함께 예쁜 그릇에 담겨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니 그 느낌이 색달랐습니다. 쿠키 또한 아주 맛있어서 조금씩 아껴 먹었네요 ㅎㅎ
일본 관광객도 오나 봅니다. 오늘의 커피가 일본어로도 적혀있네요.
많지는 않지만 주인장의 취향을 옅볼 수 있는 시디들도 장식돼있습니다.
(박정현 시디가 많더군요 +_+)
카페 분위기를 더욱 정갈하게 해주는 화초들이었습니다.
밤이 되면 이 등에 불이 들어오겠죠?
제가 항상 낮에만 다니기 때문에 아름다운 등불을 못 찍는 경우가 태반이네요 ㅠ.ㅜ
요즘 리부트편으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스파이더맨 피규어입니다.
살이 좀 찐 것 같네요 ㅋㅋ
우아한 발레리나의 모습을 철사로 형상화 했습니다.
사장님께서 철사에 대한 애정이 있으신지 곳곳에 철사로 만든 소품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실제로 사장님은 제가 있는동안 계속 노트북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을 그리고 계셨습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향취도 예술가적 기질이 엿보였는데
여튼 미술적으로 무언가를 하시는 분 같더군요 ㅎㅎ
카페 로쏘는 출입문이 두군데입니다.
한군데는 젤 위에 사진처럼 돼있는 곳과 이 사진처럼 좁은 골목으로 돼있는 곳입니다.
아까 연기가 나온 곳이 이쪽 문이었습니다.
카페 외벽에 그려져 있으니 벽화라고 해야하나요?
로스터리 카페임을 잘 말해주는 그림입니다. ㅋ
문제의(?) 로스터리 머신입니다.
그 연기를 다시금 떠올려봐도 아찔하네요 ㅎㅎ
물론 그 커피콩의 구수한 향 또한 코가 아닌 머리에 각인이 된 느낌입니다.
요렇게 포장하여 판매도 합니다.
깨끗한 유리병에 커피별로 보관을 해놓았구요.
수작업으로 만든 나무 꽃꽂이도 판매하더군요.
여러모로 주인장의 미적 결과물이 돋보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붉은돼지에 나오는 캐릭터라고 알고 있는데...
아마 맞을겁니다.ㅎㅎ
개인적인 수집인지 아니면 일본인 방문객을 위한 장치인지는 여쭤보지 않았습니다.
계산을 하는데 사장님이 제 카메라를 보시더니
"이거 비싼거죠?"
라고 물으시길래 솔직하게 보급형 DSLR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말을 하고나서 생각해보니 비싸다는 개념이
분명 개인 차이가 있을텐데 저는 저의 주관적인 생각에서 답을 그렇게 해버렸네요.
물론 PENTAX K-r이 시장에서도 보급형이라고 불리우는건 맞습니다만
그리고 사장님 입장에서 백만원도 안되는 카메라가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지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이 알고 있는 객관이 사실은 주관일 수도 있겠다'
그 수많은 커피 체인점과 개인 카페들 속에서
카페 로쏘가 오래도록 삼청동의 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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