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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찍그림..그리고 글임

[감성포토 #22]순대국밥

by 육아육아 2012. 11. 8.

 

 

 

그렇게도 많이 순대국밥을 먹으러 다녔었다.

너와 내가 함께 먹은 순대만 이어붙여도

북한산성을 두를 수 있을만큼.

 

너는 나처럼 술을 즐기지 않았지만

해장으로 국밥을 찾는 나만큼이나

순대국밥을 좋아했었다.

 

자그맣게 밥 한술 떠

국물에 적셔 후후 불며

의식을 치르는 듯 천천히

입 안에 들여넣던 너.

 

열기를 식히는 입바람 소리와

허겁지겁 먹어대는 게걸스런 소리가

여느 오케스트라의 연주 못지 않게

자욱한 안도를 주었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어찌할줄 몰라

연신 뒤로 넘기다

아예 질끈 묶어버린 너.

 

니가 남긴 국밥은

난 너의 마음인줄도 모르고

마냥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너의 소리

너의 덤

너의 머리카락

국밥집에서 이젠 볼 수 없는 것들.

 

- 제주도 순대국밥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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