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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찍그림..그리고 글임

[감성포토 #3]폭풍 전야

by 육아육아 2012. 7. 10.

♣ 윗 세상은 말 그대로 폭풍전야였다.

   금방이라도 유령들이 토해지듯 내려올 것 같은 검은 구름의 궐기를 보며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2층 카페 안은 바깥과는 다른 차원인 것처럼 우아하고 아늑한 클래식이 떠다니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채광을 위해 통유리로 창을 해놓은 곳들과는 달리 그곳의 창은

   바깥 세상일랑 잊고 질펀하게 놀다가라는듯 붉은 커텐으로 모조리 막아놓았다.

   다행히 조명은 적당히 밝아 귀를 쉬게 하는 음악과 분위기와 어울렸다. 기괴함은 면한 셈이다.

   소위 카페라는 곳이 말이다.

  

   그녀는 먼저 와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앉자마자 눈이 부딪쳤다. 카페를 둘러보는척 눈을 피했다. 마치 여인의 가슴골을 훔쳐보다 들킨 중학생처럼 황급히.

   아직(현재 시각)까진 연인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주문한 커피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한마디 없이 서로의 말을 경계하며 살폈다. 마지막 탐색전임을 직감했다.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맹맹하다.

   아무리 값싼 아메리카노라지만 적어도 보리차 맛은 나게끔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중대사가 코앞인데 심기가 더 불편해졌다. 그게 발단이 될줄이야. 먼저 말을 뱉고 말았다.

  

   물론 조심스레 적당히 뜸을 들이며 상대방을 배려해주는듯 조용히 이별을 말을 뱉었고

   전혀 예상치 못하게 그런 신중함과는 반대로 계획에 없던 내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정신이 몸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거울을 봤다면 그 우스꽝스러움에 박장대소를 했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는 그런 소심함을 눈치 채지 못하고(아니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해야하나) 답 대신 눈물을 뱉어 내었다.

   미안했다. 진심으로.

   사실 그녀의 아버지는 6일 전 위암으로 저 밖 검은 구름 속으로 고이 들어가셨다.

   유령이 된 아버지가 곧 나를 향해 목을 죌듯 손을 뻗어 내려올 것만 같았다.

 

   정확히 12분 46초를 울던 그녀는 예상대로 눈물을 닦고 조용히 그러나 빠른 걸음으로 나가버렸다.

   그 순간까지도 난 떨리는 눈꺼풀을 숨기기 위해 머리를 숙여 손목 시계의 초침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확한 시간이다.

   말이 12분이지 그동안 내 눈꺼풀은 초당 3프레임으로 약 2300번을 떨었다. 눈에 경련이 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싶었다.

   그녀가 그렇게 눈물을 쏟고 닦고 걸음을 재촉하며 나갈 때 나는 내 눈의 경련을 걱정했다.

 

   그녀가 떠나자마자 떨림이 멈추었다. 긴장이 풀렸다.

   욕을 할 가치조차 없단 말인가, 때릴 시간조차 아깝다는 뜻인가.

   왠지 그런 놈인 것 같다. 나란 남자는.

 

   계산을 하고 카페 입구에 다시 섰을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퍼붓고 있었다.

   그 아찔함에 잠시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곧 그 촘촘한 비를 뚫고 나에게 질풍같은 속도로 손을 뻗어 하강하는 그녀의 아버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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