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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걷고있는 여행자

[절망을 걷고 있는 여행자]하루

by 육아육아 2013. 2. 2.

 

 

하루

 

알람시계가 울리기까지 이제 남은 시간 10분, 이불 속에서 미리 일어나 알람을 기다리는 잠결속의 초조함.

‘이런 젠장! 울려버렸다.’

정작 알람이 울리는 순간엔 기상에 대한 스스로의 설득이 이루어지는 10분의 시간을 더 허락한다.

‘이젠 일어나야 하는데…….’

이럴 바엔 그냥 알람을 20분 늦게 맞춰 놓아도 그만인 것을, 눈을 감고 뜬 정신으로 20분을 보낸다. 알람의 기능과 그 기능을 이용하는 인간의 관계가 어딘가 모르게 역전이 되어버린 듯한…….

결국 오늘도 알람의 안정성을 무너뜨리고 시작하는 하루. 출근길에 넘쳐나는 사람들의 온기로 덜 마른 머리카락을 말리며, 속 시원히 채우지 못한 수면을 위한 기댈 곳을 찾지만 그마저도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의 차지다

아직도 찌뿌둥한,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는 육신이 오전을 지배하고, 점심시간이 될 즈음 깨어나는 신체리듬은 식사 후 식곤증으로 다시 한 번 꾸벅꾸벅. 이젠 각성효과를 기대하지 않는 카페인, 그저 그 자체를 즐기게 된 몇 잔의 커피로 하루가 저문다.

분명 같은 거리임에도 돌아오는 길을 왜 이리 멀기만 한지……, 조금 전에 졸린 눈으로 걸어온 거리이건만 잠깐 사이에 피곤한 눈이 되어 걸어가고 있는 거리. 하지만 하루 중 목적의식이 가장 뚜렷한 시간이기도 하다. 빨리 집으로 가서 쉬겠다는…….

방문을 열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따뜻하고 편안한 온기는 마치 내 힘든 하루를 다독거려주는 듯하다. 마치 울고 있는 나를 달래주던 어릴 적 엄마의 품과도 같은 그곳으로 쓰러지지만, 지친 몸은 잠도 잘 오지 않아 멀뚱멀뚱.

‘이게 뭐지? 이런 게 인생인가?’

눈을 감고 빠져드는 잠깐의 상념은 어느새 잠으로 이어져 또 길을 잃어버리는 꿈.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억 속의 멜로디. 그 낯익은 선율을 따라가는 방황도 잠시, 꿈 저편에서 들려오는 알람 소리임을 깨닫는다.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 3. 삶, 기억보다도 먼저 시작된 中 -

 

 

절망을 걷고 있는 여행자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미니
출판 : 스마트북 201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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