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알람시계가 울리기까지 이제 남은 시간 10분, 이불 속에서 미리 일어나 알람을 기다리는 잠결속의 초조함.
‘이런 젠장! 울려버렸다.’
정작 알람이 울리는 순간엔 기상에 대한 스스로의 설득이 이루어지는 10분의 시간을 더 허락한다.
‘이젠 일어나야 하는데…….’
이럴 바엔 그냥 알람을 20분 늦게 맞춰 놓아도 그만인 것을, 눈을 감고 뜬 정신으로 20분을 보낸다. 알람의 기능과 그 기능을 이용하는 인간의 관계가 어딘가 모르게 역전이 되어버린 듯한…….
결국 오늘도 알람의 안정성을 무너뜨리고 시작하는 하루. 출근길에 넘쳐나는 사람들의 온기로 덜 마른 머리카락을 말리며, 속 시원히 채우지 못한 수면을 위한 기댈 곳을 찾지만 그마저도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의 차지다
아직도 찌뿌둥한,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는 육신이 오전을 지배하고, 점심시간이 될 즈음 깨어나는 신체리듬은 식사 후 식곤증으로 다시 한 번 꾸벅꾸벅. 이젠 각성효과를 기대하지 않는 카페인, 그저 그 자체를 즐기게 된 몇 잔의 커피로 하루가 저문다.
분명 같은 거리임에도 돌아오는 길을 왜 이리 멀기만 한지……, 조금 전에 졸린 눈으로 걸어온 거리이건만 잠깐 사이에 피곤한 눈이 되어 걸어가고 있는 거리. 하지만 하루 중 목적의식이 가장 뚜렷한 시간이기도 하다. 빨리 집으로 가서 쉬겠다는…….
방문을 열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따뜻하고 편안한 온기는 마치 내 힘든 하루를 다독거려주는 듯하다. 마치 울고 있는 나를 달래주던 어릴 적 엄마의 품과도 같은 그곳으로 쓰러지지만, 지친 몸은 잠도 잘 오지 않아 멀뚱멀뚱.
‘이게 뭐지? 이런 게 인생인가?’
눈을 감고 빠져드는 잠깐의 상념은 어느새 잠으로 이어져 또 길을 잃어버리는 꿈.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억 속의 멜로디. 그 낯익은 선율을 따라가는 방황도 잠시, 꿈 저편에서 들려오는 알람 소리임을 깨닫는다.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 3. 삶, 기억보다도 먼저 시작된 中 -
![]() |
|
'절망을 걷고있는 여행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망을 걷고 있는 여행자]오이디푸스 (0) | 2013.02.18 |
---|---|
[절망을 걷고 있는 여행자]이미 알고 있던, 미처 알지 못 했던 것들 (0) | 2013.02.12 |
[절망을 걷고 있는 여행자]쿨하지 못해서 미안해 (0) | 2013.01.26 |
[절망을 걷고 있는 여행자]백수의 푸념 (0) | 2013.01.18 |
[신간 알림]축하해주세요! 저의 첫 책이 나왔습니다. >.<// (12) | 2013.01.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