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불빛 아래를 지나가기 전까지는, 누구도 어둠 속의 내 모습을 볼 수 없다.
가로등 불빛 아래를 지나가는 순간에는, 그 불빛의 밝음 때문에 나는 어두운 곳의 누군가를 볼 수 없다.
가로등 불빛 아래를 빠져나오는 순간, 다시 내 모습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가로등 아래를 걷고 있는 다른 누군가를 보며 깨닫는다. 그 불빛 아래를 지나는 사람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그냥 가로등의 밝음이 보여지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내가 어둠의 시간을 걷고 있을 땐 세상이 나를 보지 못 하고, 내가 밝음의 시간을 걷고 있는 동안엔 내가 세상의 어두운 곳을 보지 못 했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가 어느 곳에 있던지, 세상은 나를 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 내가 있던 곳의 밝음과 어둠만이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 역시도 그 밝음과 어둠에만 연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 4. 욕망, 자아의 또다른 이름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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