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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걷고있는 여행자

[절망을 걷고 있는 여행자]어둠의 변론

by 육아육아 2013. 4. 24.

 

 

 

지구의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지구의 대기가 가시광선 중에서 단파장인 푸른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낮 동안 바라보는 파란 하늘은 실상 지구를 보는 것이며, 진정한 하늘은 도리어 어둠의 우주이다. 푸름과 밝음에 가려진 어둠이 내려앉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하늘을 볼 수 있다.

삶의 어느 순간부터 들어서게 된 어둠의 시간들은 우리에게 세상의 진정을 바로 볼 수 있는 시간들이 되어 준다. 세상이 어두워 진 후에야 길옆에 핀 들꽃에도 향기가 있었음을 아는 후력이 생겨나고, 세상이 잠든 후에 시간에도 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청력이 생겨나듯, 절망의 단독과 고립 속에서 그 전까지 세상을 향해 있던 눈이 비로소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력이 생겨난다.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한 세상의 진리들, 그 진리라는 놈들은 언제나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보인다. 그러나 실상 그것들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이제야 자신이 그것들을 볼 수 있게 된 것 뿐이다. 밝음에 가려져 있던 별들의 세상, 진정한 하늘을 볼 수 있는 어둠이 된 것이다. 이제야 삶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물론 모르고 살았어도 그만인 세상의 진리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지나가야 할 어둠이라면 뭐 어쩌겠는가. 주저앉아 울고만 있다면 이 어둠은 더욱 길어질 뿐이다. 힘들더라도 일어나 이 어둠 속에서 성실히 깨우치며, 이 어둠을 깨우며 헤쳐 가는 수밖에…….

 

- 5. 절망, 그 역설의 미학 中 -

 

 


절망을 걷고 있는 여행자

저자
미니 지음
출판사
스마트북 | 2013-01-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절망을 걷고 있는 여행자』는 저자 자신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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