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28 # 크리스마스 트리 윤달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다는 미신으로 인해 이번 주부터 식을 올리는 커플들이 많았다. 나 역시 친구와 후배가 결혼을 하여 토요일을 바쁘게 보냈다. 다행히 거리와 시간차가 있어 무리 없이 결혼식장을 방문하였다. 집에 돌아오니 주문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배송되어 있었다. 네 엄마와는 많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지만 이번엔 너라는 존재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인지라 의미를 두고 싶어 주문을 하였다. 네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너도 분명 좋아하리라 생각한다. 새벽 시간에 쓰는 글이라 오늘이 되겠구나. 15년 만에 대학교 중간고사라는 것을 치른다. 긴장도 되지만 자신감도 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너에게 노력하는 그리고 발전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구나. 앞으로 보여줄 날이 많으니 서두르지 않으려.. 2014. 11. 30. # 태교 음악 보름 전부터 너에게 태교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이제 12주 차에 접어드는 네가 선율을 느낄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아직 몇 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는 네가, 뇌가 형성 되지 않은 네가 이 달콤하고도 고요한 음표들의 미끄럼을 느낄 수 있다고 하여 들려주기는 한다만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늘은 네 엄마와 구운 치킨을 먹었다. 튀긴 치킨은 좋지 않다고 하여 구운 치킨을 먹었는데 예전엔 맛있다고 하더니 오늘은 탄 냄새가 난다며 몇 조각 먹질 못했다. 일찍 잠에 드나 싶더니 오래지 않아 일어나 또 올리기 시작하는구나. 잠잠해질만 하면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양이가 살짝 밉기도 하다. 아빠는 오늘 창조경제 박람회를 보러 코엑스에 다녀왔다. 대통령의 경제 캐치프레이즈가 걸려있어서 그런지 지금까지 봤던 전시회 중.. 2014. 11. 29. # 너의 텔레파시 일주일에 하루는 지인들과 술자리를 하다 보니 일기를 놓치는 날이 있다. 음주 습관은 아빠를 닮지 않았음 하는 바람이다. 고향 친구인 상권이가 딸을 낳았다. 너보단 한 살 누나가 되겠구나. (물론 니가 커서 이 누나를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친구가 건강한 딸을 낳았다고 하니 새삼 부러워진다. 언제나 미래의 일은 기대와 두려움으로 그려지게 된다. 당연히 아양이도 건강하게 세상을 맞이하리라 생각한다. 요즘 아빠는 영역 제한 없이 신규 사업을 기획 중이라 머리가 어지럽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오랜만에 엄마에게 카레가 먹고 싶다고 얘기했다. 원래 네 엄마가 해주는대로 먹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카레가 먹고 싶었더랬다. (어쩌면 아양이가 보낸 텔레파시일 수도? ) 이번 주 일요일이 시험날.. 2014. 11. 28. # 11월 마지막 주의 시작은 포도와 함께 내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2014년 11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다. (너의 10주차도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 되겠지) 바쁜 하루였다. 제안서를 작성하고 신규 서비스에 대한 회의를 하였다.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 나는 변하지 않는 것 같아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꼭 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따라서 변해야 하는건 세상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자발적인 학습과 깨우침으로 인해 자연스레 변해가는 나의 생각이라고 본다. 문득 너는 거기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저녁을 먹고 외할머니께서 주신 머루 포도를 먹었다. 오래돼서 그런지 껍질 안 과육이 남김없이 쪽 빨려 들어온다. 네 엄마는 달가워 하지 않지만 나는 맛있구나. 언제나처럼 네 엄마는 너를 안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2014. 11. 25. # 외가 방문(부제 : 엄마의 폭식) 오늘은 너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뵙고 왔다. 지난 달 외할아버지의 생신 이후로 5주만에 찾아 뵙는 것이다. 30분 정도의 거리지만 친가보다는 가까워 다녀오기가 수월하다. 네 엄마가 어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오늘 날을 잡은 듯 폭식을 하였다. 다행히도 올리지 않고 모두 흡수하였다. 네가 거부하지 않으면 엄마는 모두 다 먹어 치우는 것 같다. 그로 인해 밥값은 더 나갈 것이리라. 적당히 골고루 섭취하길 바란다.(아빠 힘들다.) 너의 외활머니께서 깍두기와 김치 등등 음식을 싸주셨다. 엄마는 내일 저녁이 해결됐다고 좋아한다.(니 엄마 좀 짱인 듯!) 늦게까지 먹었기에 소화를 시키고 자야 한다. 지금 엄마와 너에게 태교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우울한 음악이 나오는구나. 하지만 음악을 넘기지 않았다. 인생이.. 2014. 11. 24. # 아양이 데려가 아빠는 오늘 하루종일 쉬었다. 늦게까지 잠을 잤고 오랜만에 TV시청 외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원래 처가에 가려고 했으나 엄마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가지 못했다. 오전에는 기침과 재채기로 감기 증상을 보이더니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계속 먹은걸 다 토해내는구나. 우리 아양이가 뭐가 앙탈이 났는지 엄마를 힘들게 하는구나. 일반 음식을 먹지 못해 단호박죽을 사다 먹었는데 그것마저 모두 거부하는구나. 엄마는 오늘 또 한번 아양이 가져가라며 눈물을 흘렸다. 너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아빠는 아양이도 소중하고 엄마도 소중하단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엄마를 택할 것이란다. 엄마가 있어야 아양이가 있는 것 아니겠니? 우리 곁으로 오려는 아양아.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 2014. 11. 23. # 엄마의 급습 2014년 11월 20일 목요일 맑음 오늘은 네 엄마가 회사 근처로 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이곳엔 내가 좋아하는 버섯샤브칼국수를 맛있게 하는 가게가 있다. (그 중에 맨 마지막에 먹는 야채볶음밥이 기가 막힌다.) 어느덧 모기가 사라짐과 동시에 네 엄마의 입덧도 거의 사라졌다. 식욕이 돌아왔는지 식탐을 부리기도 한다. (녹차칼국수 리필을 외치려는 네 엄마를 만류하였다.) 배도 슬슬 둥그래지는 느낌인듯 느낌아닌 느낌같은 모양이 보인다. 외출을 해서 낮잠을 못 자서인지 네 엄마는 12시가 되기 전에 꿈나라로 떠났다. 아양이도 함께 꿈나라에서 행복하게 뛰어놀려무나. 네 엄마가 청국장에 무얼 넣었는지 방귀가 1분마다 오토매틱으로 분사된다. 빨리 자야겠다. 샤브샤브 사진을 안 찍어서 좋아하는 라멘 사진 대체 투척 2014. 11. 21.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 시작 2014년 11월 19일 수요일 맑음 너를 알게 된지 한 달이 지나서야 이 글을 쓴다. 앞으로의 글들은 너에 대한 이야기이자 너를 품은 엄마와 가장으로서의 일기이기도 하다. 내가 그랬듯이 네가 이 글들에 공감하는 날은 아마도 결혼을 결심 했거나 아이를 가졌을 때일 것이리라 생각한다. 먼저 너를 처음 알게 된 약 한달 전의 얘기부터 써야할 것 같구나. 너의 존재는 10월 10일 금요일에 알게 되었다. 엄마가 된 여자의 촉은 무서웠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이틀 전에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말이다. 운명은 불현듯 찾아온다는 말이 헛말은 아닌 것 같다. 그 다음 주 월요일에 엄마는 정밀검사를 받으러 갔다. 너의 존재가 사실임을 확인하고 나는 매우 기뻤다. 아버지라는 이름을 달게 해 주고 가장으로 만들어.. 2014. 11. 19.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