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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 시작

by 육아육아 2014. 11. 19.

2014년 11월 19일 수요일 맑음

 

너를 알게 된지 한 달이 지나서야 이 글을 쓴다.

앞으로의 글들은 너에 대한 이야기이자 너를 품은 엄마와 가장으로서의 일기이기도 하다.

내가 그랬듯이 네가 이 글들에 공감하는 날은 아마도 결혼을 결심 했거나 아이를 가졌을 때일 것이리라 생각한다.

 

먼저 너를 처음 알게 된 약 한달 전의 얘기부터 써야할 것 같구나.

너의 존재는 10월 10일 금요일에 알게 되었다.

엄마가 된 여자의 촉은 무서웠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이틀 전에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말이다.

운명은 불현듯 찾아온다는 말이 헛말은 아닌 것 같다.

 

그 다음 주 월요일에 엄마는 정밀검사를 받으러 갔다.

너의 존재가 사실임을 확인하고 나는 매우 기뻤다.

아버지라는 이름을 달게 해 주고 가장으로 만들어 준 너에게 고마웠다.

 

막내 처제(너에겐 막내 이모)의 친구가 예전부터 태몽을 꾸었다고한다.

수많은 나비떼와 참새떼가 처가의 아파트 베란다 창문에 달라붙어서 신기하게 바라보았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환경학적 관점에서 테러가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너의 태명을 아양이라고 정했다.

너의 띠가 양띠라 아기양의 준말인 아양이로 결정했다.

(사실 네가 딸이길 바라는 마음, 애교와 아양의 화신으로 태어나길 바라는 나의 욕심도 없지 않아 있었다...고 진심으로 고백한다.)

 

너의 엄마는 10월 하순부터 입덧을 하기 시작했다.

네가 커갈수록 엄마의 입덧은 점점 잦아들었고 심지어 허리와 골반 통증에 며칠을 움직이기 힘들어 했다.

심해진 입덧은 매일 구토와 새벽 기상을 불러왔다.

엄마는 내게 아양이 가져가라며 앙탈을 부렸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너를 가지고 오고 싶었다.

하지만 현대 의학으론 불가능한 일이다.(네가 결혼할 때쯤엔 가능할까?)

 

그로부터 약 5주가 지난 오늘,

퇴근 후 너의 엄마가 해준 맛있는 청국장을 함께 먹고 집 앞 카페로 왔다.

입덧이 없어질 징조가 보인다는 얘길 나누었다.

다행이고, 엄마에게 힘든 기간을 줄여줘서 너에게 고맙다.

(물론 앞으로는 더욱 더 힘든 헬게이트가...)

 

11월 하순에 진입하며 날씨가 점점 바늘처럼 얇아진다.

하지만 너는 엄마 안에서 따듯하게 지내길 바란다.

여느 날처럼 오늘도 너를 어루만져주고 잠들어야겠다.

 

굿나잇.

 

 

4~5주차 초음파 사진

 

 

8~9주차 초음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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